영동선 간이역에서 역 구내가 가장 맘에 드는 곳중 한 곳이다.
간이역 냄새가 폴폴 나고 동네에서 한참 떨어져 손님맞이 하는 곳 보다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신호장 역할이 중점이 있는 곳이지만 주변 환경과 역 구내의 정겨움은 간이역 답사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1. 봉화에서 거촌방향으로 가는 길을 찾는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분명 지도를 보면 봉화시내에서 직접 거촌방향으로 가는 도로가 있는데 도로의
출발점이 봉화시내에 있어 찾기가 어려워 몇바퀴를 맴돌다 동네마을길 같은 소로로 접어들었더니 이 길이 거촌으로 향하는 길이 아닌가?
전형적인 시골 포장길을 조금 가다보면 굴다리를 벗어나면 멀리 거촌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1955년 역을 시작한 이래 1960년 역사 신축 1995년에 현 역사를 신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여객은 취급을 않하고 열차 운행에 필요한 신호장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역사는 녹색의 철조망으로 둘러쌓여 있고 이방인이 방문했을때에는 오전중이었는데도 산골마을인지라 군대군데 새벽이슬의 잔재들이 햇빛이
안들어오는 곳에는 존재하고 있다.
역사에는 서너명의 역무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역무원의 허락을 받아 역 구내로 들어섰을때 싸늘한 시골 공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2. 행선지판은 구형의 지주형태이고 뒤에 보이는 나무들이 개나리인 것 같은데 아마 봄에 오면 역이 노란색으로 덮힐 것 같다.
#3. 영동선 봉화지역 역들을 보면 전형적인 간이역이라는 냄새가 짙게 우려난다.
도심이 아닌 산골 간이역들의 모습들은 쓸쓸함 보다는 고요함 모든것들이 과거로 회귀되어가는 듯한 감흥을 만들어 낸다.
봉화서 부터 시작되는 영동선의 태백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선로의 앞날은 이런 간이역들이 줄줄히 나타나니 이곳은 속도의 경쟁. 빠름의 연속등등..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느껴야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어느때 사라져야 할 아쉬움도 없다.
찾고자 한다면 그 자리에서 언제나 반겨주는 그리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기에 다시가고픈 곳이기도 하다.
#4. 봉성역 방향..
거촌역에서 봉성가는 선로는 좌측으로 구비를 지며 서서히 오름길로 향하기 시작한다.
산세는 깊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깊은 맛이 있고 그 속을 외롭게 한가닥 선로가 지나가는 것이 외처롭다.
#5. 주변의 역세권은 동네 집 몇채이고 오랫동안 사용을 안한 승강장의 모습은 잡풀로 이루어져 겨우사리를 하는 누런 빛깔의 풀들이
발길을 사푼하게 만들어 준다.
아직 햇살을 못 받은 곳에서는 침목들이 새하얀 서리를 뒤집어쓰고 있고 차가운 바람은 옷깃을 더욱 여미게 만든다.
#6. 승강장에서 보는 거촌역의 풍경은 산골마을에 있는 외로운 간이역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산골역은 열차의 통행뿐만 아니라 동네분들의 마을길로도 이용되고 있다.
역무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어카를 끌고 가는 어르신은 엄청시리 돌아가는 길은 제켜두고 역을 통과해서 가면 그만큼 가깝게 가는 길이라 열차가
다니지도 않는데 말들이 많다고 한번 핀잔을 주고는 휭하니 가버리고 만다. 난 그 모습을 보고는 간혹 우리생활에서는 융통성이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서 역을 통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갈려고하면 돌아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역무원도 어느시점까지 제지를 하고는 안전이 허락하는 시점에 무언의 허락을 해준다. 그것이 산골역의 후덕함이 아닐까?
#7. 거촌은 역명에 관계없이 큰 마을이 없다.
역에 들어오기 전 굴다리 전에 마을이 형성이 되어있는데 큰마을이라기는 좀 그러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역에서 보는 주위의 풍경은 가슴속이 후련할 만큼 크게 다가온다. 산골 고향에 와 있는 느낌 같은것..
상징적으로 큰 마을이라는 것이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마음속의 마을이 아닐까?
#8. 봉화방향 역 끝머리 선로 합쳐지는 부분이다.
짙은 풍경으로 렌즈에 들어오는 선로의 모습들은 우측으로 급커브를 이루며 산골마을의 고요속으로 빠져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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