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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옛 소설의 무대 같은 곳..

열차 다녔던 흔적만 남아있고 그 자리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동네 어르신의 기억들 마저 가물가물 거리는 곳..

구량리역..

 

 

#1. 구랑리역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승강장 끄트머리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것을 알 수 있다. 아마 그곳이 역사가 있었던 곳 같다.

     동네 뒷마당이 역사이고 그곳에 선로가 있고 그 앞에 열차가 정지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역 주변은 온통 자연속에 묻혀있지만 그곳을 찾아낸 나의 눈길은 자꾸 허물어져 가는 승강장의 모습을 보게된다.

 

 

 

 

 

#2. 구랑리역은 가은선의 유일한 중간 간이역이다.

      가은역에서 진남방향으로 오다보면 구랑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앞에 있는 옛 가은선 철교가 꽤 멋지다.

      철교를 볼려고 노반위에 간신히 올랐것만 온통 잡풀로 우거져 있어 철교 부근까지 가는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동네이름이 구랑리라고 해서 역을 찾아 나섰으나 폐선된지 오래되고 관리가 전혀 안되어 수풀이 우거져 역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침 지나가는 할머니한테 역의 소재를 물었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과 한참 떨어진 곳이었고 구랑리 마을 뒷편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헐레벌떡 가 본다.

     구랑리역에 도착했을 때 야!! 진짜 간이역이로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가은역 방향이다.

 

 

 

 

 

#3. 수풀이 너무 우거져 있어 선로도 반 밖에 안보인다.

      승강장은 호박 밭으로 변해있었고 다만 보이는 것은 승강장 흔적인 허물어진 블록들이 이곳이 역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승강장 끝머리에서 진남방향으로 바라본다. 좌측에 있는 야산의 잡목들이 선로를 뒤덮고 있다.

     아마 내년쯤 오면 선로 자체가 뒤덮혀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본다.

 

 

 

 

 

#5. 구랑리역 마을 전경.(진남역 방향)

     우측에 보이는 시골길에 예전에는 열차가 올때면 옹기종기 시골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종점이 아닌 그래서 조금은 여유가 있는 간이역

      돌아서기만 하면 언제나 시작이 되므로

      섣부를 절망보다는 무성한 숲과 젊은 강이

      늘 생각 키우는 구랑리역.

      역무원도 없는 대합실 삐걱이는

      목조의자에 나는 무엇으로 무너져 내리는가.

      십수년 전의 추억으로 막차는 다시 와 야반도주한 누이의 안부와

      척추 부러져 병원에 간 형님소식

      구멍 뚫린 차표 몇장으로 떨궈 놓고 떠나면

      기적소린 그 자리에 어둠이 되는것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둠이 걷히고 철교위로 물안개 자욱이 오를때 까지

      추억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차만 생각을 몰고 그리움을 몰고

      꽥꽥 소리를 지르며 건강한 숲 그 젊은강이 절망하는

      고단한 옆구리를 지나

      어머니 불길한 아침 밥상을 마련 할 때까지

      한 번 떠난 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긴 터널을 지나 철교를 지나

      십 수년전의 추억으로 첫차는 다시 와

      기다림에 지친 나를 밟고 나를 넘어

      마침내 드러누운 내가 먼저 레일이 될 때까지

 

 

                                          이원규 시인의 산문집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중 구랑리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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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지도 한 장 들고 오늘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