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노란 낙옆속에 파뭍히는 교외선 원릉역(元陵驛)
늦가을 비오는 날 문 닫은 기차역을 찾는 것 만큼 쓸쓸한 일도 없다.
바람은 불고 사진은 찍어야 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빗줄기에 나뭇잎은 승강장에 쌓이는데 가을 분위기 제대로 느끼는 순간이다..
#1. 교외선도 간이역만 있는곳은 아니다. 일영, 송추와 원릉역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다.
그러나 예전의 일.. 문이 꽉 닫힌 역사의 모습은 초라하게 다가온다.
을씨년스럽게 바람이 휭하니 불고 지나가는 역사앞은 떨어진 낙옆과 더불어 누구하나 찾아주는 발길이 없다.
#2. 행선지판도 승강장 지붕에 매달려 있는 교외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이다.
#3. 간혹 화물열차만 통과하는 원릉역의 승강장은 떨어지는 낙옆과 더불어 동네 어르신네들의 모임장소로 바뀌어버렸는지
내가 찾아갔을 때도 서너명의 어르신들이 무언가 열심히 토의를 하는 중이었다.
#4. 대정역 방향..
조금씩 내리는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져 선로의 색깔이 검게 물들어간다.
승강장은 좌 우로 두개가 있지만 지붕이 있는 승강장 옆의 선로가 주본선인 관계로 선로의 사용이 있었는지 선로가 조금은 반질반질 하다.
#5. 멀리 어르신들이 잡담을 하고 계신다.
역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진을 찍자 어르신 한명이 여기에 무슨 길이 나냐고 물으신다.
그저 역이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자 그러시냐고 재차 답을 주면서 곧이어 하나 둘씩 역을 떠난다.
나 혼자만 덩그라니 남겨진 역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오로지 왔다갔다 하는 발자국 소리만 들리지만..
#6. 삼릉역 방향..
여기서 보면 원릉역 구내가 꽤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로 옆에는 꽤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무슨 군 훈련이 있었는지 많은 장비가 있었다.
이를 렌즈에 담는것은 당연히 안되는 사항이고 낙옆에 잠겨가는 선로들의 모습이 어둑해진 날씨와 더불어 내 기분도 약간은 씁쓰레 하게 느껴진다.
#7. 마침 저 멀리 군인아저씨가 다가온다.
그 아저씨들 또한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자신들의 할 일은 한다.
날만 좋으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은 원릉역은 역 앞으로는 상가가 밀접하고 반대편으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그 사이에 끼인 원릉역은 비록 화물및 군용열차들이 있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답답하고 하나 둘씩 예전의 모습들이 사라지겠지..
#8. 역사앞에 서 있는 크나큰 나무 두 그루를 바라본다.
하나는 갈색잎,, 하나는 노랑잎..
경쟁을 하듯 역사 잎구에 쏟아붓는다.
가을의 마지막을 예고하듯 이제는 겨울채비를 해야 하는 차가운 비가 나뭇잎을 계속 떨군다.
나는 그런 아쉬운 현실을 보며 나뒹구는 나뭇잎을 밟을새라 이리저리 깡총발을 하며 역을 벗어난다..
2007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