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찾아서/일반산행

참 오래간만에 찾아간 그리운 곳 겨울 점봉산(1424.2m)

'블루힐' 2017. 7. 11. 13:25

산을 다녀본 사람이면 유난히 애착이 가는 곳. 인상이 깊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두 나에게는 가장 맘 속 고요가 되는 곳..

설악이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남쪽 둥그스러운 봉우리..

오색에서 대청을 오를때 언제나 고도의 표준이 되는 곳..

점봉산이다..

1989년 12월 24일 눈 내리는 날 처음 점봉을 올랐던 그 길을 따라

며칠전 블방 친구이신 용아장성님의 발자국을 뒤따라 오래전 기억의 나래를 피면서 올라본다.

 

 

* 산행일 : 2012년 1월 17일  08:00 ~ 15:50

 

 

#1. 무진장 바람이 거세다..

몸도 가눌길 없지만 땀이 식기 시작하자 몸이 움추려진다..

내려가야 할 시간!!!

은 인간이 더 이상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때는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그 것이 정답!!

 

 

 

 

 

#2. 너무나 눈에 익숙한 곳..

아침의 설악 공기는 차디차다..

그러나 맘은 무언가 기대에 잔뜩 차 있고 날이 좋다고 일기예보 믿었건만..

홍천을 지나면서부터 흐린날씨로 돌변..

높은 고지는 구름에 잠겨들고 있었다.

 

 

 

 

 

#3. 용아님 점봉산 올랐던 블로그가 생각 난다..

아마 그분도 나하고 똑같은 맘일 것..

점봉산 정상 바로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돌아왔다는데 나는 어떻게 될까?

눈은 어느정도 있은지?

그사이 누군가 러셀을 해 놓았는지?

상상을 하며 가파른 능선길을 재촉한다.

 

 

 

 

 

#4. 등로는 사면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끝없는 오름을 재촉한다.

등줄기에서 땀이 나고 몸도 가뿐..

 

 

 

 

 

#5. 노송은 짙은 솔향을 뿜어내고..

환상적인 길!!!

아침공기의 싸늘함이 감싸지만 무엇보다 소나무 향이 폐속으로 스며드는게 좋다.

 

 

 

 

 

#6. 좌측으로 펼쳐지는 938봉 줄기는 눈에 덮혀있고..

 

 

 

 

 

#7. 우측은 남설악의 속내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숨 한번 돌린다.

이제 시작인걸 벌써 흥분의 도가니가 되면 안된다는 맘속의 다짐!!!

 

 

 

 

 

#8. 혼자서 미친놈처럼 너무 좋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길을 재촉한다.

생각보다 길 상태도 좋다..

애매한 구간은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길도 발자국 확실하게 나 있는 상태!!!

 

 

 

 

 

#9. 칠형제봉..

남설악의 백미다!!!

옅은 눈발이 휘날리면서 사물들이 순간순간 흐릿모드로 돌변한다.

겨울설악에서 눈 내리는 것은 필수가 아닌가?

 

 

 

 

 

#10. 노송지대 바위턱에 앉아 잠시 남설악의 속을 바라본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나친다.

모든게 거의 쓸데없는 잡념들이지만..

그리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웃곤 한다.

 

 

 

 

 

#11. 오름길 좌우에는 멋드러진 老松들이 꽤 많다.

雪과松..

흰색과 녹색의 어우러짐은 겨울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12. 등로는 가파름을 멏번 반복하고..그때마다 보여지는 설악은 감동이다..

겨울설악은 선명한 화려한 날씨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흐리고 눈발 날리고 약간 어두운 색채가 가득한 것이 좋은것 같다..

아쉬운 것은 대청은 구름에 잠겨있다는 것..

 

 

 

 

 

#13. 오색에서 오르는 대청 산 줄기이다..

어느정도 오르면 구름에 잠겨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신비함이 존재하는 곳..

아마 내가 오르는 곳도 똑 같은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저 장면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곳은 날씨도 변화무쌍한 곳이라..

 

 

 

 

  

#14. 가뿐숨을 몰아쉬고 모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즈음 대간에 도착한다.

정겨운 길..

단목령으로 향하는 대간길은 발자국 흔적도 없고 다만 흔적은 점봉산 정상으로 나 있다..

룰루랄라 길..

길 흔적이 너무나 좋기에..

 

 

 

 

 

#15. 점봉산 숲은 설악에서도 신비하고 포근함이 넘치는 곳이다.

엄청시리 큰 참나무도 세월의 흔적속에 빠져들고 있고.

 

 

 

 

 

#16. 나무사이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는 대청 중턱에 구름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

 

 

 

 

 

#17. 등로는 몇 구비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 발이 굵어진다..

나뭇가지에 눈들은 얼어붙어 상고대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18. 겨울산의 진정한 매력들이 연출되고 있다.

 

 

 

 

 

#19. 홍포수막터를 지나자마자 등로는 가파르게 변한다.

무리지어 온 발자국들이 사라져버리고 용아님 발자국 비슷한 희미한 윤곽만 정상방향으로 나 있다.

블로그방을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젊으신분이 산에 대한 집념이 본 받을 점이 많고 다니는 걸음이 고수라!!!

이럴때는 발자국만 따라가면 된다.

 

 

 

 

 

#20. 주목까지 왔다..

아마 지금부터는 고난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을터..

 

 

 

 

 

#21. 주목 밑은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따스한 온기가 풍기는듯 하다.

올라오다가 몇번 나뒹구러 장갑과 모자는 엉망이고..

카메라 한 손에 잡고 오를려고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22. 하얗게 덮혀있는 주목 잎사귀들...

 

 

 

 

 

#23. 표지기도 얼어 붙어 있다..

 

 

 

 

 

#24. 오르자!!!

그리고 그자리에 고꾸라저 버리는 현실!!!

가리왕산 MTB 가지고 오르는 용아님이 왜 고생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

쓰러진 나무와 나뭇가지..

그리고 무엇보다 괴롭히는 것은 눈 밑에 숨어있는 엉켜있는 나무가지들이다..

조금 일어서면 나무가지에 걸려버리는 배낭!!!

기어서..

가야하는 곳..

 

 

 

 

 

#25. 불어대는 바람은 휘날리는 눈을 그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든다..

 

 

 

 

 

#26. 용아장성님 발자국도 안 보인다..

아까 잡목숲 어디에서 멈추어버렸는지 눈에 덮혔는지 흔적이 안보인다..

길은 안보이고 안개와 눈은 어지럽게 휘날리고 그저 감각으로 잡목 숲을 기어간다.

조금이라도 헛 디디면 허벅지까지 발이 빠져버려 잡목 등걸에 옴싹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풀이 하며 기어서 살그머니 눈이 다진 곳 방향을 삼아 조금씩 전진하는 방법밖에 없다.

 

 

 

 

 

#27. 그리고 부딪치는 곳은 엄청난 바람세례!!!

그래도 잡목 숲을 벗어나서 일어서서 걸을수 있는게 어딘가?

나무가 휘어질듯 바람이 거세다..

오늘 포근한 날씨라고 그랬는데 이 곳은 완전 정 반대!!!

 

 

 

 

 

#28. 그리운 곳이여..

이십삼년만에 찾아 온 곳은 큼직한 정상석 하나 서 있는 아무것도 안보이고..

바람과 눈만 휘날리는 곳..

그래두 좋다..

그날도 바람 엄청시리 불었는데 날 반기는 것은 똑 같은 것들..

 

 

 

 

 

#29. 점봉산 삼각점

설악 26  2004  재설 해발 1424.2m

 

 

 

 

 

#30. 왠 산호???

눈이 날려 얼어붙어 산호가 되어버린 이 곳..

이런곳이 좋다.

무념, 무상인 상태로 여기정기 돌아다닌다..

 

 

 

 

 

#31. 솔직히 어떻게 정상에서 주목 있는 곳까지 내려왔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오직 흔적따라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뿐..

몇번 곤두박질 쳤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과정 필요없고 주목밑에 내가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용아장성님이 보통 산 욕심이 강한분이 아닐진데 왜 포기를 했는지 체험을 하니..

그냥 머리속이 공허상태다..

오직 내려가야겠다는 맘뿐..

아무 생각이 안나는..

 

 

 

 

 

#32. 쓰러진 고목도 살펴보고..

 

 

 

 

 

#33. 주목 밑에서 정신없는 자신을 살펴본다..

만신창이가 된 차림이지만 몸 기운이 고갈된 상태라 하산길이 걱정스럽다..

천천히 올라온 발자국따라 이제부터는 그래두 길이 얌전한지라..

걱정보다는 혹시 돌발상황만 없으면 되니까 하며..

 

 

 

 

 

#34. 꽤 내려왔다..

눈발도 잠잠해지고 바람도 거의 없다..

딴 세상인듯 고요한 산속의 냄새가 폴폴 나는 곳..

이제서야 긴장이 풀리는듯 배낭풀고 강정과 뜨신 물을 마신다..

 

 

 

 

 

#35. 지친몸을 이끌고 내리막을 내려가려니 왜 이리 힘이 든지???

노송 전망대에 도착하여 멀리있는 소나무를 줌인 해 본다.

많은 상념들이 뇌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무언가 답을 주는듯..

오래전 그날도 죽을 고생하고 이곳을 다녀갔었는데..

 

 

 

 

 

#36. 까마득한 저 아래는 햇빛이 들고 있는지..

반대편 대청 오름길은 거대한 장벽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이제는 편안한 맘으로 하산길을 재촉하지만 힘들고 지친몸은

맘먹은 것보다 더딘 걸음이다.

 

 

 

 

 

#37. 점봉산에서 흘러내린 산 자락은 오색에서 주전골이라는 아름다운 골을 만드는데..

아마 저 줄기의 집합체 일듯..

 

 

 

 

 

#38. 대청은 아직 신비에 쌓여있다.

대청을 아름답고 장엄에 쌓인 모습을 보려면 점봉산이 최고다..

그것두 약간 낮은 노송지대가 최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39. 老松의 휘둘러짐과 설악의 아름다움 조합!!!

 

 

 

 

 

#40.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까마득한 길..

차를 이용하여 오르면 모르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한계령은 험한 길이다.

오색에서 오르는 이 길 노송지대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설악 어느곳에서 보는 풍경보다 빠지지 않는 명소인곳을..

 

 

 

 

 

#41. 들머리와 좌측 상단위에 오색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능선이 보인다.

저 길도 이제는 익숙해 나무모양까지 기억이 나니???

그래도 가고 싶은 맘은 어쩔수 없다.

 

 

 

 

 

#42. 맘은 빨리 내려가서 쉬고 싶은 맘이 간절하나

몸은 그리 안 따라 주는 거

몸과 맘이 따로 논다는 말이 이럴 때 쓰겠지..

힘들다!!

 

 

 

 

 

#43. 위안이 되는 것은 보여지는 풍경의 아름다움..

어느 산에서 저런 赤松의 푸르름을 볼 수 있을까?

눈 속에 파뭍힌 솔향의 짙은 내음은 무엇에 비교하랴..

 

 

 

 

 

#44. 정신없이 내림을 재촉하다가 저 소나무에 그만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어 버린다.

균형잡인 소나무의 자태!!!

배낭을 내려놓고 소나무을 無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누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사람 없다.

나 혼자 無想의 念 상태이니까..

 

 

 

 

 

#45.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지..

힘들게 살아가는 나무줄기의 힘겨움..

설악은 오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배우고 그래서 이 곳에 오면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

 

 

 

 

 

#46. 솔향 짙은 길을 지나치면서..

살그머니 속세로 환속한다.

 

 

 

 

 

#47. 돌아오는 길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 캔커피 한잔 들이킨다..

뜨거운 액체가 들어가자마자 몸 안에서 요동을 친다..

그만큼 몸이 지쳤다는 증거!!!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몸 안의 고동..

 

오랜만에 찾아가 본 곳은 변함이 없었지만

오고가는 과정은 너무 힘들다..

 

그래두 돌아가는 길 눈꺼풀이 감겨

휴게소에서 자고 가야겠다는 생각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