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간만에 찾아간 그리운 곳 겨울 점봉산(1424.2m)
산을 다녀본 사람이면 유난히 애착이 가는 곳. 인상이 깊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두 나에게는 가장 맘 속 고요가 되는 곳..
설악이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남쪽 둥그스러운 봉우리..
오색에서 대청을 오를때 언제나 고도의 표준이 되는 곳..
점봉산이다..
1989년 12월 24일 눈 내리는 날 처음 점봉을 올랐던 그 길을 따라
며칠전 블방 친구이신 용아장성님의 발자국을 뒤따라 오래전 기억의 나래를 피면서 올라본다.
* 산행일 : 2012년 1월 17일 08:00 ~ 15:50
#1. 무진장 바람이 거세다..
몸도 가눌길 없지만 땀이 식기 시작하자 몸이 움추려진다..
내려가야 할 시간!!!
산은 인간이 더 이상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때는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그 것이 정답!!
#2. 너무나 눈에 익숙한 곳..
아침의 설악 공기는 차디차다..
그러나 맘은 무언가 기대에 잔뜩 차 있고 날이 좋다고 일기예보 믿었건만..
홍천을 지나면서부터 흐린날씨로 돌변..
높은 고지는 구름에 잠겨들고 있었다.
#3. 용아님 점봉산 올랐던 블로그가 생각 난다..
아마 그분도 나하고 똑같은 맘일 것..
점봉산 정상 바로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돌아왔다는데 나는 어떻게 될까?
눈은 어느정도 있은지?
그사이 누군가 러셀을 해 놓았는지?
상상을 하며 가파른 능선길을 재촉한다.
#4. 등로는 사면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끝없는 오름을 재촉한다.
등줄기에서 땀이 나고 몸도 가뿐..
#5. 노송은 짙은 솔향을 뿜어내고..
환상적인 길!!!
아침공기의 싸늘함이 감싸지만 무엇보다 소나무 향이 폐속으로 스며드는게 좋다.
#6. 좌측으로 펼쳐지는 938봉 줄기는 눈에 덮혀있고..
#7. 우측은 남설악의 속내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숨 한번 돌린다.
이제 시작인걸 벌써 흥분의 도가니가 되면 안된다는 맘속의 다짐!!!
#8. 혼자서 미친놈처럼 너무 좋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길을 재촉한다.
생각보다 길 상태도 좋다..
애매한 구간은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길도 발자국 확실하게 나 있는 상태!!!
#9. 칠형제봉..
남설악의 백미다!!!
옅은 눈발이 휘날리면서 사물들이 순간순간 흐릿모드로 돌변한다.
겨울설악에서 눈 내리는 것은 필수가 아닌가?
#10. 노송지대 바위턱에 앉아 잠시 남설악의 속을 바라본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나친다.
모든게 거의 쓸데없는 잡념들이지만..
그리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웃곤 한다.
#11. 오름길 좌우에는 멋드러진 老松들이 꽤 많다.
雪과松..
흰색과 녹색의 어우러짐은 겨울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12. 등로는 가파름을 멏번 반복하고..그때마다 보여지는 설악은 감동이다..
겨울설악은 선명한 화려한 날씨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흐리고 눈발 날리고 약간 어두운 색채가 가득한 것이 좋은것 같다..
아쉬운 것은 대청은 구름에 잠겨있다는 것..
#13. 오색에서 오르는 대청 산 줄기이다..
어느정도 오르면 구름에 잠겨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신비함이 존재하는 곳..
아마 내가 오르는 곳도 똑 같은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저 장면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곳은 날씨도 변화무쌍한 곳이라..
#14. 가뿐숨을 몰아쉬고 모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즈음 대간에 도착한다.
정겨운 길..
단목령으로 향하는 대간길은 발자국 흔적도 없고 다만 흔적은 점봉산 정상으로 나 있다..
룰루랄라 길..
길 흔적이 너무나 좋기에..
#15. 점봉산 숲은 설악에서도 신비하고 포근함이 넘치는 곳이다.
엄청시리 큰 참나무도 세월의 흔적속에 빠져들고 있고.
#16. 나무사이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는 대청 중턱에 구름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
#17. 등로는 몇 구비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 발이 굵어진다..
나뭇가지에 눈들은 얼어붙어 상고대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18. 겨울산의 진정한 매력들이 연출되고 있다.
#19. 홍포수막터를 지나자마자 등로는 가파르게 변한다.
무리지어 온 발자국들이 사라져버리고 용아님 발자국 비슷한 희미한 윤곽만 정상방향으로 나 있다.
블로그방을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젊으신분이 산에 대한 집념이 본 받을 점이 많고 다니는 걸음이 고수라!!!
이럴때는 발자국만 따라가면 된다.
#20. 주목까지 왔다..
아마 지금부터는 고난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을터..
#21. 주목 밑은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따스한 온기가 풍기는듯 하다.
올라오다가 몇번 나뒹구러 장갑과 모자는 엉망이고..
카메라 한 손에 잡고 오를려고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22. 하얗게 덮혀있는 주목 잎사귀들...
#23. 표지기도 얼어 붙어 있다..
#24. 오르자!!!
그리고 그자리에 고꾸라저 버리는 현실!!!
가리왕산 MTB 가지고 오르는 용아님이 왜 고생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
쓰러진 나무와 나뭇가지..
그리고 무엇보다 괴롭히는 것은 눈 밑에 숨어있는 엉켜있는 나무가지들이다..
조금 일어서면 나무가지에 걸려버리는 배낭!!!
기어서..
가야하는 곳..
#25. 불어대는 바람은 휘날리는 눈을 그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든다..
#26. 용아장성님 발자국도 안 보인다..
아까 잡목숲 어디에서 멈추어버렸는지 눈에 덮혔는지 흔적이 안보인다..
길은 안보이고 안개와 눈은 어지럽게 휘날리고 그저 감각으로 잡목 숲을 기어간다.
조금이라도 헛 디디면 허벅지까지 발이 빠져버려 잡목 등걸에 옴싹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풀이 하며 기어서 살그머니 눈이 다진 곳 방향을 삼아 조금씩 전진하는 방법밖에 없다.
#27. 그리고 부딪치는 곳은 엄청난 바람세례!!!
그래도 잡목 숲을 벗어나서 일어서서 걸을수 있는게 어딘가?
나무가 휘어질듯 바람이 거세다..
오늘 포근한 날씨라고 그랬는데 이 곳은 완전 정 반대!!!
#28. 그리운 곳이여..
이십삼년만에 찾아 온 곳은 큼직한 정상석 하나 서 있는 아무것도 안보이고..
바람과 눈만 휘날리는 곳..
그래두 좋다..
그날도 바람 엄청시리 불었는데 날 반기는 것은 똑 같은 것들..
#29. 점봉산 삼각점
설악 26 2004 재설 해발 1424.2m
#30. 왠 산호???
눈이 날려 얼어붙어 산호가 되어버린 이 곳..
이런곳이 좋다.
무념, 무상인 상태로 여기정기 돌아다닌다..
#31. 솔직히 어떻게 정상에서 주목 있는 곳까지 내려왔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오직 흔적따라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뿐..
몇번 곤두박질 쳤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과정 필요없고 주목밑에 내가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용아장성님이 보통 산 욕심이 강한분이 아닐진데 왜 포기를 했는지 체험을 하니..
그냥 머리속이 공허상태다..
오직 내려가야겠다는 맘뿐..
아무 생각이 안나는..
#32. 쓰러진 고목도 살펴보고..
#33. 주목 밑에서 정신없는 자신을 살펴본다..
만신창이가 된 차림이지만 몸 기운이 고갈된 상태라 하산길이 걱정스럽다..
천천히 올라온 발자국따라 이제부터는 그래두 길이 얌전한지라..
걱정보다는 혹시 돌발상황만 없으면 되니까 하며..
#34. 꽤 내려왔다..
눈발도 잠잠해지고 바람도 거의 없다..
딴 세상인듯 고요한 산속의 냄새가 폴폴 나는 곳..
이제서야 긴장이 풀리는듯 배낭풀고 강정과 뜨신 물을 마신다..
#35. 지친몸을 이끌고 내리막을 내려가려니 왜 이리 힘이 든지???
노송 전망대에 도착하여 멀리있는 소나무를 줌인 해 본다.
많은 상념들이 뇌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무언가 답을 주는듯..
오래전 그날도 죽을 고생하고 이곳을 다녀갔었는데..
#36. 까마득한 저 아래는 햇빛이 들고 있는지..
반대편 대청 오름길은 거대한 장벽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이제는 편안한 맘으로 하산길을 재촉하지만 힘들고 지친몸은
맘먹은 것보다 더딘 걸음이다.
#37. 점봉산에서 흘러내린 산 자락은 오색에서 주전골이라는 아름다운 골을 만드는데..
아마 저 줄기의 집합체 일듯..
#38. 대청은 아직 신비에 쌓여있다.
대청을 아름답고 장엄에 쌓인 모습을 보려면 점봉산이 최고다..
그것두 약간 낮은 노송지대가 최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39. 老松의 휘둘러짐과 설악의 아름다움 조합!!!
#40.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까마득한 길..
차를 이용하여 오르면 모르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한계령은 험한 길이다.
오색에서 오르는 이 길 노송지대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설악 어느곳에서 보는 풍경보다 빠지지 않는 명소인곳을..
#41. 들머리와 좌측 상단위에 오색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능선이 보인다.
저 길도 이제는 익숙해 나무모양까지 기억이 나니???
그래도 가고 싶은 맘은 어쩔수 없다.
#42. 맘은 빨리 내려가서 쉬고 싶은 맘이 간절하나
몸은 그리 안 따라 주는 거
몸과 맘이 따로 논다는 말이 이럴 때 쓰겠지..
힘들다!!
#43. 위안이 되는 것은 보여지는 풍경의 아름다움..
어느 산에서 저런 赤松의 푸르름을 볼 수 있을까?
눈 속에 파뭍힌 솔향의 짙은 내음은 무엇에 비교하랴..
#44. 정신없이 내림을 재촉하다가 저 소나무에 그만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어 버린다.
균형잡인 소나무의 자태!!!
배낭을 내려놓고 소나무을 無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누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사람 없다.
나 혼자 無想의 念 상태이니까..
#45.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지..
힘들게 살아가는 나무줄기의 힘겨움..
설악은 오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배우고 그래서 이 곳에 오면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
#46. 솔향 짙은 길을 지나치면서..
살그머니 속세로 환속한다.
#47. 돌아오는 길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 캔커피 한잔 들이킨다..
뜨거운 액체가 들어가자마자 몸 안에서 요동을 친다..
그만큼 몸이 지쳤다는 증거!!!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몸 안의 고동..
오랜만에 찾아가 본 곳은 변함이 없었지만
오고가는 과정은 너무 힘들다..
그래두 돌아가는 길 눈꺼풀이 감겨
휴게소에서 자고 가야겠다는 생각뿐..